4.8인치 화면에 홈버튼이 있는 폰을 써 본 지 꽤 오래됐다. 그러나 최근 아이폰 SE가 집으로 배송됐을 때 필자는 갤럭시 S20 울트라에서 심(SIM)을 꺼내어 2016년으로 다시 돌아갔다. 마치 고급 승용차에서 모터스쿠터로 옮겨 탄 듯한 '초기 충격'이 지나간 후에야 안드로이드와 다른 iOS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.
난 몇 년 동안 S20 울트라든 아이폰 11 프로 맥스든 적어도 휴대폰에 관한 한 클수록 좋다고 믿었다. 그래서 6.9인치 폰에서 4.7인치 폰으로 바꾸는 것은 일종의 '고문'이라고 생각했다. 그러나 필자가 틀렸다. 내 피드에 보이는 트윗이 줄었고 읽으면서 스크롤을 더 많이 움직여야 했지만, 진정한 한 손 조작이 가능해, 충분히 수용 가능한 절충이었다. SE는 특히 가격이 합리적이다. 이 정도라면 6인치 이하 디스플레이로 돌아가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. 이제는 S20 울트라가 우스꽝스러울 만큼 크고 무겁게 느껴진다.
삼성이 갤럭시 S6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, 곧 출시될 갤럭시 S21에서는 화면이 더 작아지기를 기대한다. 애플은 5.4인치 아이폰 12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데, 이는 현대적 디자인이나 디스플레이 기술을 희생하지 않고도,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폰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.
크기는 중요하지 않지만 속도는 중요하다. 필자가 아이폰 SE를 사용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로 사용하는 앱 10여 개를 설치하는 것이었다. 슬랙, 링, 트위터, 크롬 등이다. 이들 앱은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, iOS의 사용자 환경이 전반적으로 더 좋았다. 애플 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iOS 앱이 더 빠르고 메뉴도 더 직관적이었다. 구글 자체 앱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iOS의 내비게이션이 오히려 편리했다. S20 울트라는 화면이 더 넓지만, 앱 자체가 이 넓은 화면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잘 모를 때는 별로 의미가 없다.
지금 사용하는 휴대폰의 햅틱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면, 아마도 지금 사용하는 휴대폰의 이 기능이 별로이기 때문일 수 있다.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의 햅틱은 탭과 스와이프를 동반하는 진동 그 이상이어서 휴대폰의 디지털 이미지를 더 실감 나게 한다. 윙윙거리는 정도가 때에 따라 달라질 정도다(S20 울트라에서는 너무 공격적이어서 필자는 사실 꺼 두고 사용했다). 아이폰 SE에서 햅틱은 하드웨어의 확장이며 물리적 환경과 디지털 환경의 미묘한 혼합이다. 아이폰 SE의 햅틱과 햅틱 터치는 안드로이드 폰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을 돋보이게 한다.
아이폰 SE는 그 빠릿빠릿한 속도로 찬사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 그럴 만 하다. 아이폰11 프로만큼 빠르고, 가장 빠른 안드로이드폰보다 빠르다. 그런데 이 휴대폰의 속도는 벤치마크 이상이다. 앱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iOS는 안드로이드보다 더 똑똑하고 빠르고 직관적이다. 암호를 입력해야 하나? 키 아이콘을 두드리기만 하면 암호 관리자 또는 선택한 관리자에 빠르게 액세스할 수 있다. 또한, 스크린샷을 찍으면 편집 또는 공유 후 삭제할지 묻는 메시지가 표시된다. 폰을 묵음으로 하고 싶은가? 스위치를 옆으로 돌리면 된다. 맞다, 안드로이드 폰도 이런 기능을 지원하지만, 아이폰은 전체적으로 최적화되고 가속화된 완전한 패키지처럼 느껴진다.
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필자는 아이폰 SE를 사용한 후 2주 동안 안드로이드의 스마트 락 기능이 계속 생각났다. 스마트락은 집에 있을 때나 갤럭시 버즈나 웨어OS 워치처럼 신뢰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기를 사용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한 채로 두는 것이다. 얼굴이나 손가락으로 잠금 해제를 하기에는 휴대폰이 너무 멀리 있을 때 시간을 절약하고 휴대폰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상적인 기능이다. 애플도 언젠가는 스마트 락 기능을 추가하겠지만, 그때까지 아이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얼마나 좋은 기능을 쓰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.
구글이 성가신 광고로 악명이 높기는 하지만, 애플의 침입형 광고도 만만치 않다. 앱을 검색할 때 이런 점이 더 두드러진다. 특정 앱을 찾든, 앱 카테고리를 찾든 검색 결과의 맨 위에 광고가 도드라진다. 여행이나 노트 필기 같은 범주를 찾을 때는 괜찮지만, 링이나 캔디 크러쉬를 검색하면 상위 슬롯에 관련 없는 앱에 대한 유료 광고가 나타난다. 정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무심코 터치할 것이다. 애플은 높은 고객 만족도를 자랑하지만, 애플의 앱스토어 광고는 싸구려 같고, 절망적이며, 끔찍하다.
애플의 라이트닝 커넥터는 USB-C보다 크기가 약간 작지만 장점이라곤 그것이 전부다. 반면 USB-C는 범용이고 더 높은 전력 공급과 더 빠른 데이터 전송을 지원한다. 외부 디스플레이를 지원하고 양쪽 끝에서 플러그를 꽂을 수 있다. 아이폰 SE를 사용하게 되면서 필자는 고속 충전을 위해 별도의 라이트닝-USB-C 변환 케이블을 사야 했다.
구글의 뛰어난 점을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, 특히 알림에 관한 한 안드로이드는 iOS보다 몇 단계 더 진화했다. 아이폰 SE에서 알림 센터는 기본적으로 블랙홀이고, 배지는 홈 스크린의 골칫거리다. 모든 것을 일일이 관리해야 쓸 수 있다. 반면 안드로이드는 쉽게 스누즈(snooze)할 수 있고, 상호 작용하고, 우선순위를 정하고, 알람에 따라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정할 수 있다. iOS 알림 센터도 어찌어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할 수 없는 작업이 더 많다.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든 알림은 번거롭고 방해되는 것이지만, 안드로이드가 전반적으로 더 유용하다.
아이폰 SE 알림을 쓰다 보니 상태바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. 필자는 개인적으로 안드로이드 상태바가 훨씬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. 단지 경고를 상기시키는 작은 알림 아이콘이지만, 동시에 무음 모드나 실행 타이머 같은 작고 사려 깊은 정보도 제공한다. 안드로이드의 퀵 세팅은 iOS 제어센터보다 접근하기 쉽고 사용자 지정이 용이하다. 별도의 앱으로 동작하는 대신 유용하고 빠른 설정에 대한 바로 가기 성격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iOS보다 뛰어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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